인간과 철학 reading


모든 철학은 인간의 삶에 뿌리박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역사적인 존재인 한 모든 철학은 자신의 시대와 대결하면서 자신의 시대가 계속되어야 할지 아니면 변혁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결단을 내린다. 이런 의미에서 헤겔은 '철학은 자신의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정한 시대에 인간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추진시키는 결정적인 관심사가 철학을 통해서 개념적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철학에서 하나의 시대가 집중되고 결정되는 것이며, 자신의 본래적인 자기의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학을 이와 같이 한 시대의 표현이라고 할 때 철학은 한갓 유행과는 전혀 다른 것이며, 그것은 한 시대의 정신적 미래를 결정하는 기투(企投)다. 즉 철학이 그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실현하든가 그것에 직면하여 파산하여 버리고 마는 시대의 내적인 가능성들의 기투다.(막스 뮐러, 『실존철학과 형이상학의 위기』)

─박찬국,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中


순전히 외모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헤겔이 말했다는, "철학은 자신의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는 말을 주워섬기자면 나는 지금 철학을 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중이다. 냉소하는 건 사실 너무 쉬운 일인데, 요즘 다들 스마트폰 때문에~, 컴퓨터 때문에~, 청년들이 어쩌고~ 하는 말들로 시대를 냉소하는 건 정말 코를 파는 것만큼 쉽다. 인간이 뭐 대단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인간이라고 파악되는 이상 살면서 나는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에(혹은 외모에) 맞지 않게 진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요즘, 철학을, 시대를, 본래적 자기의식을 다시금 고민해 보며... 몇 해 전 나를 가슴 뛰게 했던 '기투'라는 말을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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