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하라짱]고양이 상사 others

간만에 본 일드. 나가세 토모야 주연의 <울지마, 하라짱>. 
사는 데 별 흥미가 없는 이치젠 상이 집에 와서 힐링 겸 화풀이 겸으로 그리는 만화 속 주인공인 하라짱이 바로 나가세 토모야. 어느날 만화속 하라짱이 현실세계로 튀어나오(고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화속에서 언제나 기타줄을 튕기며 적에게 항복하겠다는 노래를 부르는 하라짱, 하라짱 말에는 뭐든 맞다고 맞장구 치는 1인, 그냥 술이나 마시자고 술권하는 1인, 내용없이 그냥 웃기만 하는 와라이오지상, 어떤 사람이든 결론적으로 "코로스시까나이네"(죽일 수밖에 없군)로 끝나는 무서운 언니. 이 다섯 명이 전부인 세상에서 자신들의 대화가 어둡고 답답해지는 걸 느끼며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의 신이 행복해야 세상이 밝아지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이치젠상이 그리는 만화대사는 거칠어진다. 만화를 그리는 주인님이 행복하지 않는 이상, 만화 속 세상은 밝아지지 않는 것이다. 
여하튼, 세상을 밝게 하게 위해 신을 행복하게 하겠다!며 현실세계에서 신을 찾는 하라짱. 그는 모든 게 낯설다. 강아지를 보고도, 고양이를 보고도, 거북이를 보고도 "아레와난데스까!"(저것은 무엇입니까)를 외치며 묻고 신기해한다. 잠을 잔다는 게 무엇인지 밥을 먹는다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만화속 인물 하라짱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과 편견들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결혼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세상이란 무엇인지... 하라짱은 우리에게 너무나 편견없는 마음으로 묻는다. "아레와난데스까" 하고.

일본 드라마가 늘 그렇듯, <울지마, 하라짱> 역시 삶의 교훈을 노골적으로 마지막에 드러내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모를 뿐이지 지금 우리 주변에도 다른 세계--이를테면 만화랄지--에서 온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우리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그럴지 모른다고. 아니 어쩌면 우리가 어떤 만화 속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일지 모른다고. 다른 세계의 가능성,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는 이질성에 대한 태도를 다시 보게 만든다. 

*
꼭 그..그래서는 아니지만, 
최근에 만난 직장의 누군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신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뉘앙스나 맥락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머리는 늘 헝클어져 있고, 생..생선을 좋아한다. 평소에 감정동요가 없던 그가 고등어회를 보고 손뼉을 치는 것을 보고 나의 고양이 변신설에 거의 90%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퇴근길에 손톱이 길어지고 꼬리가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가 했던 모든 이상한 행동이 기가 막히게 설명이 된다. 그래, 인간으로서는 일을 못할지 모르지만 고양이치고는 굉장한걸. 오히려 감탄하게 된다. 
사람 맘이 모두 다 내맘 같지 않고, 모두가 다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다 나와 잘 통하는 것도 아니다. 내 경험이란 것은 보잘것없고, 내가 만난 사람도 한줌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내가 처음 만나보는 유형이라고 해서, 범주화할 수 없는 유형이라고 해서, 그가 반드시 나쁘거나 안 좋은 의미로 이상한 사람인 것은 아니건만 나는 너무 쉽게 단정하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참 오랜 동안 고쳐지지 않는 나의 나쁜 습관(그러나 한동안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을 거라는 이 슬픈 예감).

어쩌면 그 사람은, 하라짱처럼 현실세계로 나왔다가 만화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캐릭터일 수도, 낮이면 사람으로 변신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양이일 수도 있다. 내가 가진 현실의 경험치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분이어서 내가 아는 만화와 드라마를 동원해야만 간신히 그에 대해 미약하나마 이해할 마음이 든다. 바야흐로 만화와 드라마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순간이다. <울지마, 하라짱>에서는 사람들이 하라짱의 존재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응, 만화에서 나온 거잖아?" 한다. 그건 너무 만화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예뻤다. 나도 그 이상한 직장의... 고양이를 보고서 "응, 고양이시잖아요" 하며 자잘한 일은 웃어넘기고 싶다. 




덧글

  • 달토끼 2014/03/10 09:19 # 답글

    아니 근데 진짜 퇴근해서 집에 가면 고양이로 변한다던가 하면 대반전...... =_=

    나가세토모야가 아직도 주연급으로 나오니 반갑기고 하고 징하다는 마음도 드네요.
    거긴 아이돌 연령 상한선이 몇살인거야...
  • bad robot 2014/03/11 11:39 #

    음.. <자만형사>에서 전 정말 나가세 외모 보고 정말로 "이게 나가세일 리 없어!" 하고 외쳤던.. 진짜로 계속 캐스트 이름 확인했던..-_-a

    그리고 지금으로선 저는 제 심신안정을 위해 그 대반전이 실제로 필요해요.. 진짜일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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