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환자들 reading


프로이트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모세상>을 분석할 때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면서 조각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분석을 시작합니다. 느낌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분석을 하기 위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멈춰설 수 있게 되어야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대화할 때도, 침묵할 때도, 움직이고 있을 때도 우리는 마음으로 멈춰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신분석의 시작입니다. 순간을 멈춰 내가 하는 말들을 주의깊게 들으면 그 안에 배어 있는 콤플렉스와 감정들과 기억이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왜 그 단어가 튀어 나갔는지, 왜 그 이름이 선택되었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었는지, 왜 그 사람이 못 견디게 미운지에 대한 마음속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무의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김서영, 『프로이트의 환자들』프롤로그 中


뭐 그런 책 제목이 있었던 것도 같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멈춰설 수 있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귀에 익은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낯설다. 너와 만날 때 나는 늘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적이 있던가? 나는 마음을 멈추고 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가? 너를, 너의 이야기를 단 한번, 진정으로 생각한 적 있던가? 나는 나라는 몸을 가지고 여러 해 살고 있지만 진짜 '나'에 대해서 멈춰서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아마도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일상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고 휴식을 취하고 할 것이지만, 이야기를 들을 줄 모른다면, 마음으로 멈춰 제대로 보는 법을 모른다면 이런 물리적 멈춤이 어떤 효용이 있을까.

대학시절, 프로이트의 논문들이 보조교재였을 때 그것들을 읽기는 읽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이해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 시절 데이비드 린치 유의 영화를 분석한답시도 죽음충동이니 쾌락원칙이니 하는 말들을 가져다쓰며 레포트를 꾸역꾸역 완성했던 기억은 있지만 그건 나의 언어가 아니라 분명 지젝이 한 말을 따라한 것이었을 것 같다. 꼭 그때의 기억 때문은 아니지만 프로이트를 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그 이후로 없다. 김서영 선생님이 오해이고 왜곡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를 늘상 '성'이야기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치부했고, 글쎄 뭐랄까 그냥 별로였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걸 보니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자체가 없었던 듯하다. 아무튼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프로이트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보고 다른 마음이 든 게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선생님은 김서영 선생님의 바로 이 책, 『프로이트의 환자들』을 읽고 비로소 프로이트 전집 읽기에 도전하셨다고 수줍게 고백하셨음을 또한 상기하지 아니할 수 없겠다.

그래서, 읽고 있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에서처럼 역시 이 책에서도 김서영 선생님은 '정신분석'이란 것은 삶에 관한 이야기임을, 결국 이걸 하는 모든 이야기는 나를 보고 나를 알고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임을 이야기하신다.


현재라는 건 계속 움직이는 겁니다. 사람도 상황도 마음도 모두 움직입니다. 현재의 문제들과 겨루어 사람과 상황을 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오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정답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괴로운 건 내가 움직이지 않아서입니다. 내가 분노와 원망 속에 묻혀 움직이지 않을 때, 내 몸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증상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책


지치지 않고,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좋아질 수 있다고,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 잘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사는 게 뭐 별거냐는 식으로 쉽게 말했던 나의 말들이 사치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항상 진심으로 전력으로 삶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내게 치유가 된다.

...나와 남 모두를 보호하는 공격입니다. 세상과의 싸움이 가능해진 상태, 정신분석은 그것을 치유라고 부릅니다.

—같은 책


나도 이따금씩 공격이라면 공격인 것을 하기는 했다만... 그것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공격이 아니라 다만 수동공격일 따름이었다.
-뭐가 문젠데?
-아니야 아무것도.
-화난 거야?
-아니야 화난 거 아니야, 괜찮아. 

하지만 우리 모두 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나는 나의 상태를 직면할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사태와 상대를 직면할 용기도 없는 적이 많았다. 지금 프로이트를 간접적으로 읽는 것으로 나의 모습을 대면할 용기가 한번에 나지는 물론 않겠지만, 아무려나 다시한번 '정신분석'의 궁극적 목표는 다른 사람을 분석한답시고 말잔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덧글

  • 달토끼 2014/08/27 08:31 # 답글

    근데 무의식의 심연에 있는 진짜 나.. 라는 건 정말 괜찮은 존재인지 심히 걱정입니다.
    억압되고 강제되고, 뭐 긍정적으로 보자면 사회적으로 정제된 껍데기 층이야말로
    사실 그간 쌓아온 나라는 인간에 더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양파 껍데기 다 벗겨내면...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앙
  • bad robot 2014/10/03 14:00 #

    심히 걱정되신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셔요. 강추여요..ㅎㅎ 저마다 자기 꿈 분석하는 법을 알려주시는 책도 곧 나온다 들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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